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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민신문(2024.4.17)/김삼도부회장(가락과실)/밤이 낮인 듯 치열하고 삶에 활력 넘쳐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04.18 조회수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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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기술정보

일 자
2024-04-17 09:07:03.0
제목 : [인터뷰] “밤이 낮인 듯 치열하고 삶에 활력 넘쳐”
기사사진

1985년 6월 서울 송파구에 가락시장이 들어섰을 때, 농산물과 함께 상인들도 물밀듯 들어왔다. 국산 과일 전문 중도매인으로 활동하는 김삼도 대지유통 대표(67·전국농협중도매인연합회 부회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개장 이듬해인 1986년 발을 디딘 이후 38년간 시장에서 웃고 울었다. 그가 기억하는 가락시장은 어땠을까. 그리고 그에게 가락시장은 무엇이었을까.

-가락시장에 처음 왔을 때가 기억나나.

▶물리적 시간은 밤인데 이곳은 낮처럼 빛났다. 사람들 눈이 반짝반짝하고 생기가 넘쳤다.

광경은 또 완전히 ‘별천지’였다. 산더미처럼 쌓인 농산물 사이를 잽싸게 다니는 상인을 보며 ‘이게 사람 사는 곳이구나’ 느꼈다.

제약회사에서 영업일을 하다가 잘 안 풀려 서른살 때 무작정 가락시장에서 식자재유통 점포를 차렸다. 한번 실패를 맛본 상태에서 활력 넘치는 시장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

-개장 당시 거래는 어떻게 이뤄졌나.

▶지금은 중도매인이 미리 발주받은 수량에 맞춰서 매입하는 게 보편적이다. 그땐 일단 사서 점포 앞에 쫙 펼쳐놓으면 전국의 유통업자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물건을 가져갔다. 그래서 시장은 농산물로, 사람으로 미어터졌다. 과일·채소 중매인 점포도 다 섞여 있었다.

경락값이 실시간으로 공지되지 않다보니 농민들은 생산한 농산물이 헐값으로 거래돼도 일단 아까우니 시장에 다 올려보냈다.

지금이야 산지에서 대형 유통업체로 곧바로 보내기도 하지만 그땐 전국 농산물이 죄다 가락시장으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락시장 건립 때 “서울 노른자 땅에 이렇게나 넓은 부지가 꼭 필요하냐”라는 여론도 있었는데 얼마 안 가 “왜 더 크게 안 지었느냐”란 말이 나왔다.

-가락시장 역사를 돌아볼 때 1994년 5월 일어난 ‘농안법 파동’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농민들이 가락시장에 몰려왔던 게 기억난다. 농민들로선 갑자기 시장이 마비되니 불안해서 뭐라도 알아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올라왔다고 하더라.

당시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답답한 건 중매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땐 인터넷도 없어 정보가 실시간 공유되지 못했다. 시위에 동참한 중도매인 중 상당수가 혼란스러워 했다.

-가락시장에서 30년 넘게 있으면서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시장 사람들 눈빛은 그대로 반짝인다. 매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일한다. 시장 사람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처음에는 다른 분야에서 온 나를 보고 시장 사람들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다 보니 가정을 일구고 자식을 교육시킬 만큼 돈을 벌 수 있었다. 고마운 곳이다. 농민·소비자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김민지 기자 vivid@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