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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민신문(2023.15)/딸기,하루만 지나도 물러“가락시장 주5일제, 홍수출하·가격하락 ”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3.12.18 조회수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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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하루만 지나도 물러져…“가락시장 주5일제, 홍수출하·가격하락 불가피”
입력 : 2023-12-13 19:02
 
수정 : 2023-12-15 05:00
가락시장 주 5일제 시범 시행에 농가 ‘발동동’ 
출하 적기 놓치면 선도 하락 
수확량 느는 3~4월 우려 커 
휴장일 정가·수의 실효 없고 
사정 악용 값 후려치기 위험 
“요일 변경 등 대안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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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의 딸기농가 강대성씨가 서울 가락시장 주 5일제 시행으로 우려되는 농가 피해를 설명하며 딸기를 관리하고 있다.

“딸기는 2월말부터 수확량이 지금보다 2∼3배 증가해 서울 가락시장으로 보내는 물량이 그야말로 폭주합니다. 산지 상황이 이런데도 가락시장이 주 5일제를 이유로 토요일에 쉬어버리면 수확 적기를 놓친 딸기가 밭에서 과숙돼 상품성이 떨어지고, 다른 시장으로 몰려 제값을 받지 못하는 피해가 속출할 게 뻔합니다.”

국내 농산물 유통의 심장부인 가락시장이 주 5일제 시범 시행으로 일부 토요일에 운영을 중단하면서 농산물 품위 저하, 가격 후려치기에 대한 농가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딸기는 적기 수확이 매우 중요한 품목이어서 가락시장이 쉰다고 수확을 미룰 수 없는 데다, 향후 토요일 휴무가 예정된 3∼4월은 출하물량이 많이 늘어나는 시기여서 농가의 우려가 더욱 크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10월6일 가락시장의 주 5일제 시범사업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영업일인 토요일에 휴장한다는 내용이다. 휴장 대상일은 올해의 경우 11월4일과 12월2일이었고, 내년에는 3월2일과 4월6일이다. 시범사업 평가 결과에 따라 주 5일제는 더 확대될 수도 있다.

12일 찾은 충남 논산시 연무읍 일원. 국내 딸기 주산지인 이곳에서는 11월말 본격 시작된 딸기 수확이 한창이었다. 7월 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 피해를 딛고 일궈낸 값진 수확이어서 기쁠 법도 하지만 농민들의 표정엔 근심이 가득했다. 최근 시행에 들어간 가락시장 주 5일제로 인한 피해를 걱정해서다.

이 지역 340여농가는 연무농협(조합장 최용재) 공선출하회 소속 60여농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으로 딸기를 출하한다.

비닐하우스 14동에서 딸기를 재배해 가락시장으로 보낸다는 강대성씨(52·봉동3리)는 “겨울에는 딸기가 자라는 데 25∼30일이 걸리지만 봄철인 3∼4월에는 10∼15일로 확 줄어 수확량이 2∼3배 증가하는데, 이때 2일 연속 휴장한다는 것은 농민이 겪는 어려움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딸기는 수확 적기에서 하루만 늦어져도 색깔이 짙은 빨간색으로 변하는 데다 과숙되고 쉽게 물러지기 때문에 가락시장이 토요일에 문을 닫는다고 해도 수확을 안할 수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부모가 돌아가셔도 딸기는 따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면서 “만약 수확을 2일 동안 안하면 품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그다음날 수확량이 크게 증가하고 가락시장으로 출하하는 양도 엄청 늘어나기 때문에 가격 폭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탄했다.

인근의 김민원씨(45·신화리)는 “봄철에는 가락시장이 일요일에만 쉬어도 딸기 과숙문제가 만만치 않은데 하루를 더 쉬게 되면 과숙이 엄청 심해질 것”이라며 “과숙이 되다 물러지면 상품성을 잃어 아예 팔지 못하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선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락시장 종사자들의 휴식권도 중요하지만 공들여 기른 딸기를 제값 받고 파느냐 못 파느냐는 딸기농가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가뜩이나 농자재값과 인건비 등이 급등해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든데 가락시장 주 5일제로 인한 피해까지 걱정해야 해 밤잠을 설칠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락시장 주 5일제가 3∼4월에도 강행된다면 그는 어쩔 수 없이 강서시장으로 출하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강서시장은 개인상회 위주인 데다 기존 거래처가 아니어서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 딸기농가는 “강서시장도 가락시장 경락가격을 참고해 가격을 정하는데, 가락시장이 휴장일에는 기준가격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상회가 가격을 갖고 장난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걱정했다. 더구나 가락시장으로 가지 못한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가격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는 정가·수의 매매를 통해 휴장일에도 농산물 출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중도매인들이 휴장일에 대부분 휴무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중도매인들은 농가 사정을 악용해 가격 후려치기에 나서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보승 연무농협 상무는 “정가·수의 매매의 경우 농산물 품질이 균일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지만 연무지역 딸기농가의 경우 공선출하회원을 제외하고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최용재 조합장은 “농산물 도매시장은 기본적으로 농민을 위해 만든 시설이기 때문에 이 안에서 이뤄지는 주 5일제 시행 등과 같은 제도개선이 농민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며 “농산물 성출하기를 피해 주 5일제를 시행하는 등 대안을 적극 마련해달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2일 토요일 휴무 이후 저장성이 약한 과채류 위주로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토요일이 아닌 수요일 등에 쉬거나 계절 농산물 출하기에는 주 5일제 시행을 중지하는 등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논산=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