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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민신문(2022.8.15)/“공정성 제고” 기대…“경매값 하락 출하자 피해” 우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08.19 조회수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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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제고” 기대…“경매값 하락 출하자 피해” 우려

입력 : 2022-08-15 00:00

가락시장, 응찰자 정보 가리기 경매 시범사업

참외·대파 등 7개 품목 적용

가격협상력 사실상 사라져 

“경매사 역할 무력화” 불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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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락시장에서 대파 경매가 진행되는 모습. 8일부터 응찰자 정보 가리기 경매가 시행돼 경매사들은 경매를 진행하면서 응찰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경매할 때 경매사가 중도매인(응찰자) 정보를 확인할 수 없도록 하는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2020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이같은 내용의 경매진행방법 개선 조치명령을 내린 이후 도매시장법인과 소송전으로까지 치달았지만 최근 도매시장법인 측이 법률 공방을 포기하면서 시범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

한쪽에선 경매 공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경매사들 다수는 경락값 하락에 따른 출하자 피해를 걱정하고 있어 제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8시30분. 이날부터 응찰자 정보 가리기 경매 시범사업을 시작한 서울청과·중앙청과·동화청과·한국청과·대아청과 등 5개 도매시장법인 경매장에선 긴장감이 흘렀다.

응찰자 정보 가리기가 적용된 품목은 양배추·대파·고구마·버섯·자두·참외·멜론 등 7개로 도매시장법인들은 해당 품목의 경매사들이 경매를 진행할 때 응찰자 정보를 볼 수 없도록 전산시스템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노트북에 응찰가격과 함께 응찰자 고유번호가 표시돼 경매사들이 응찰자가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경매사들은 시스템 변경으로 전산 오류가 발생해 경매에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지만 대부분 경매는 문제없이 마무리됐다.

한 대파 경매사는 “응찰자를 가린 채 경매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보니 답답했다”며 “다소 혼란은 있었지만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제도 시행으로 경매 공정성과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내는 경매사도 있었다.

한 버섯 경매사는 “그동안 경매 투명성에 대한 불만 섞인 시선이 많았는데 이번 조치로 그런 의혹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9∼11일 시범사업에 참여한 상당수 경매사들은 응찰자 정보 가리기로 경락값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한 참외 경매사는 “기본적으로 경매사는 구매 성향과 자본력, 납품처, 당일 예상 구매량 등 중도매인들 속성을 상세히 파악하고 경매에 임한다”며 “이같은 정보를 활용해 시세 흐름을 이끌어가는데 응찰자가 누군지 알 수 없으니 정보를 활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매사들은 경매를 일종의 심리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경매사는 최대한 경락값을 높이려 하고 중도매인들은 낮추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치열한 두뇌 싸움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한 자두 경매사는 “기존에는 자두 한상자에 최고가로 2만6000원이 나오고 바로 이어서 2만4000원이 나왔을 때 차점자가 누군지 확인했다”며 “차점자가 아직 당일 구매량을 채우지 못했거나 평소에 고품질 자두를 선호하는 중도매인이라면 직접 독려를 하거나 호창 시간을 늘려 가격을 끌어올리려고 시도하지만 응찰자가 누군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선 전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경매사들은 사실상 경매사 역할이 무력화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경매사는 “경매를 진행할 때 응찰자 정보 확인을 못하면서 경매사의 가격 협상력이 사실상 없어졌다”며 “앞으로는 가격 협상을 하지 말고 무조건 최고가 낙찰 버튼만 누르라는 건데 이런 일은 로봇이 해도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불만은 2020년 공사의 조치명령에 따라 응찰자 정보 가리기 경매를 이미 시행해온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들에게서도 제기됐다.

농협가락공판장의 한 경매사는 “응찰자 정보 가리기 시행 이후 체감상 경락값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경매사들이 많고, 이런 의견을 공사에도 전달했다”며 “데이터로 증명이 어렵긴 하지만 경매사들 의견대로 경락값에 영향을 준다면 결국 출하자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공사는 시범사업을 거쳐 추석 대목장 이후인 9월19일부터 모든 품목으로 응찰자 정보 가리기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공사 관계자는 “제도 시행 이후 경락값이 떨어진다거나 경매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법원에서도 정당한 조치명령이라고 판단했다”며 “응찰자 정보 가리기로 담합행위 같은 불공정 거래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